평범하지만 그렇지 않은 날.
- 신태환
- 2017년 5월 9일
- 2분 분량
따사로운 햇살 아래 그는 비비며 일어났다. 입을 쩝쩝거리며 부스스하게 일어난 그는 햇볕을 쬐며 혼잣말을 한다.
“오늘이 며칠이지…?”
탁상위에 손을 더듬으며 안경을 찾기 시작했다. 매번 아침에는 안경을 찾느라 그는 신경전 아닌 신경전을 벌렸다. 안경을 놔둔 자리가 기억이 안나는지 실눈을 뜨며 방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찾아보다 방 안에는 없었는지 그는 그냥 안경을 찾는걸 포기하고 방 밖으로 나간다. 방 밖에는 그저 테이블과 탁상 위에 놓인 거대 TV(50인치)와 냉장고, 스탠드형 에어컨뿐이다. 혼자 사는 집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다. 책상 위에는 편지봉투 하나만 올라와 있다.
편지봉투에 위에는 이렇게 적혀져 있었다.
「20만 원을 넣어놨어. 빨리 돌아올테니까 먹고 싶은 거 많이 먹어! 엄마가.」
또 봉투에 돈만 넣어두고 엄마는 나갔다. 한번 나가면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엄마. 그래도 다행인 건 엄마의 체크카드 한 장을 가지고 있는 게 다행이다. 다시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안경은 거실위의 테이블에 올려져 있었다. 안경을 쓰고 기지개를 켰다.
“아-아-”
기지개를 켜니 졸린 건 많이 없어져 가는 느낌이다. 여세를 몰아 가벼운 세안을 하고 학교에 갈 준비를 한다. 늦으면 안 되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학교 버스를 놓치면 여러 가지 의미로 귀찮아지니까….
처음 학교를 갈 때만 해도 중학교와는 달리 로맨스를 기대했다. 하지만 그런 로맨스는 없었다. 초등학생 때도, 중학생 때도, 지금도 단 한 번도 연애를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어느 순간 바빠져 버리니 자연히 멀리하게 되었다. 잠깐 쿵쾅거리긴 하지만 그때뿐이다.
학교에 오면 제일 처음 가는 곳이 도서관이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다른 이유도 몇 가지 있긴 있다. 우선 교실보다는 편하다. 한번은 책을 읽고 있다가 도서관에 갇혀 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3학년 선생님이 시끄러워서 왔다가 열쇠를 가지고 꺼내주고, 같이 교실에 들어간 적이 있다. 자기가 사람 없는 줄 알고 잠갔는데 알고 보니 학생 한 명이 있었다나 뭐라나….
“자리에 가서 앉아라. 여기까지 이해 안 되는 거 있니?”
“….”
교실은 조용했다. 질문하는 사람도 없고 질문을 해도 질문자가 딴짓을 하는 경우가 부기지수라 평소 수업을 잘 듣지 않는 아이가 질문하면 「수업 듣지도 않는 녀석이….」라고 하며 대답을 피하는 선생님과 아예 「무시」하는 선생님들도 있다.
어느 쪽이든 전부 좋은 케이스는 아니다.
학교 수업은 지루하다. 나하고는 맞지 않다고 깨달았을 때는 항상 야간자율학습 시간이었다. 뺀다고 하는 아이들도 많았지만 난 항상 모든 시간을 다 채웠다. 시간이 뒤로 가면 갈수록 빠지는 아이들이 많아졌고 도서관 간다라고 하는 아이들도 많아졌다. 2학기를 시작했을 때는 24명 중 7명만이 교실을 지킬 뿐이다. 그마저도 3명이 빠져 4명만 교실을 지켰다. 이번 학년에도 마찬가지겠지.
“선규야”
“…어? 왜?”
“오늘 야자 뺄래?”
“뭐라고 말하려고…?”
“도서관 간다라고 하면서 빼면 되지!”
“도서관….”
“너 가본 적 없지? 오늘 한번 잠시 갔다가 피시방 갈래?”
“아냐 됐어. 그냥 넌 피시방에나 가.”
“너 한 번도 안 논 거 아냐?”
“지금은 아냐. 넌 스트레스를 풀어야 공부가 잘되잖냐”
“그래. 방학에 한번 같이 놀자. 난 간다!”
가슴에 통증이 아려왔다. 가고 싶은데 가질 못한다. 20만 원이란 돈은 엄마가 친구들하고 같이 놀아라고 주는 돈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노는 건지도 모르는 아이에겐 20만 원이란 돈은 그저 큰돈일 뿐이다. 다 쓰지도 못하는 돈. 그저 밤에 치킨이나 피자를 혼자 먹을 수 있는 돈.
그날 난 야자를 빼었다. 선생님에겐 정확하게 이야기했다.
“저 오늘 야자 못하겠습니다.”
선생님이 너무 당당해서 당황했는지는 그저 웃기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1교시만 하고 가라고 했다. 그리고 난 1교시를 하고 학교 밖을 나와보았다. 이미 다 저물어버린 해. 별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내비치고 초승달이 뜨는 그런 하늘 하루에 하늘을 몇 번 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하늘을 보는 건 오랜만이었다.
어떤 날이던 오늘은 야자를 뺏다. 춥지도 덥지도 않는 날씨에서 일탈은 아닌데 일탈의 기분을 맛보며 그렇게 집으로 들어간다.
아주 가볍게 써보는 단편소설집입니다.
어떠한 의미도 없습니다. 그리고 전 선규가 아닙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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